차범근. 이름만으로도 한국 축구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단순한 축구 선수를 넘어, 한 세대를 대표하는 스포츠 아이콘이자, 한국 축구를 세계 무대에 알린 선구자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유소년 시절부터 선수 생활,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여정까지, 차범근의 축구 일대기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1. 유년기와 축구와의 첫 만남
차범근은 1953년 5월 22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다른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축구공 하나로 하루를 보내며 자연스럽게 축구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수원고등학교에 진학했으며, 이 시기부터 그의 탁월한 체력과 스피드, 킥력이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대학교는 고려대학교에 진학하였고, 이곳에서도 그는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한민국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강력한 오른발 슛과 유연한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을 무력화시키는 플레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 국가대표 데뷔와 아시아 무대에서의 활약
차범근은 1972년, 19세의 나이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됩니다. 이후 1974년 아시안게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예선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활약하며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1978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빠른 돌파와 결정적인 득점 능력으로 대한민국을 결승까지 이끌며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유럽 선수 못지않은 체격 조건은 많은 해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3. 유럽 무대 진출 – 분데스리가 전설로
차범근은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 98에 입단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럽 빅리그에 진출하게 됩니다. 당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력은 현지 언론과 팬들에게 빠르게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프랑크푸르트(1979~1983)로 이적하며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게 됩니다. 1980년 UEFA컵 결승에서 골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독일 내에서 ‘차붐(Cha Boom)’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1983년에는 독일 명문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며 선수 커리어의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그는 독일에서 총 10년간 활약하며 308경기 98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은퇴하게 됩니다.
4. 은퇴 후의 지도자 생활
선수 은퇴 후 차범근은 1991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그는 기존의 체력 위주의 축구에서 탈피하여, 조직력과 전술적인 측면을 강조한 현대 축구의 기틀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준비하며 국가대표 감독직에 복귀했지만, 스페인전과 멕시코전 패배 이후 조기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감독으로 활동하며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고, 2005년 K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습니다.
5. 방송인, 해설가, 멘토로서의 활동
차범근은 축구 지도자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습니다. 축구 해설위원으로서는 날카로운 분석력과 부드러운 진행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KBS의 '차범근 축구 교실'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알리는 데에도 힘썼습니다.
또한 그의 아들 차두리도 축구 선수로서 국가대표까지 활약하며,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한국 축구사에 남을 ‘부자(父子) 국가대표’로 기록되었습니다.
6. 차범근이 남긴 유산
차범근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한국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고, 수많은 후배 선수들이 유럽 진출을 꿈꿀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유럽에서 거둔 성과는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지금도 그가 남긴 기록과 명성은 한국 축구의 뿌리로서 견고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7. 주요 수상 및 기록
- 분데스리가 아시아 선수 최다 득점 (98골)
- UEFA컵 우승 (1980, 프랑크푸르트)
- K리그 감독상, 아시아 감독상 수상
-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HHS) 선정 20세기 아시아 최고의 선수 1위
- 체육훈장 청룡장 수훈
맺음말
차범근은 한국 축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와도 같은 인물입니다. 단지 성적만이 아닌 도전 정신, 열정, 책임감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지금도 축구계를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전체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의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손흥민을 비롯한 수많은 유럽파 선수들이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 차범근이 처음으로 내디뎠던 한 걸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범근. 그는 단순한 전설이 아닌,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